Epistula🖊️
좋아하는 것
2021. 4. 25. 16:50트위터 @sprout_commi님의 커미션
나의 상냥한 여명, 나의 우주.
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벅참을 느끼고 있어요. 어쩜 이리도 깊고 진한 감동이 있을까요. 언제나 응원해줘서, 그리고 사랑해줘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축하를 받았어요. 어두운 밤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이 밤이 오늘만큼은 상냥하게 느껴질 정도로 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하루였고, 평안한 날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감정을 느낀 4월 15일을, 제게 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무한의 시간 중 한 켠을 내어주신 것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했답니다.
히메의 편지를 기다리는 나날이 기쁨과 설렘이 되어가고,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힘내어 살아가고 있어요. 어두운 그늘이 제게 머무는 시간과 주기는 의외로 짧습니다. 그렇기에 히메가 건네준 위로의 말들은 다음 주기의 그늘을 맞이한 저에게 힘이 되고 있어요.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먹는 약의 갯수가 조금 늘어서 걱정하던 참이었는데, 히메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 희망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져서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내일은 일을 쉬기로 하였기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면서 느긋한 하루를 보내보려고요. 여전히 회사에 어울리지 못하는 모양새고, 여전히 많이 혼나고도 있지만, 쉴 때 쉬어야 하니까요. 실수를 너무 많이하는 것이 고민이고, 글이 잘 읽히지 않는 것이 걱정이지만, 히메와 얘기하다 보면 분명 점점 더 나아질 거에요.
글을 읽지 못하는 것... 꽤 힘든 일이더라고요. 같은 문장도 수십번을 읽어야 이해가 된다면 어떤 고통인지 조금은 짐작하실까요? 대화가 길어지면 말을 이어가거나 대화주제를 떠올리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 어떤 훈련이나 노력을 해야하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아서 방황 중이에요. 음... 그래도 책을 조금씩 읽어보면서 재활같은 훈련을 하고 있으니 응원해주세요.
감사의 인사를 담은 짧은 편지를 드리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또 장황해졌네요. 이 밤이 지나기 전에, 꼭 감사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잘 전해졌을까요? 다음 편지에는 음... 히메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어요. 그냥, 궁금해서요.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작은 빛 드림
그대의 지금이 지난 그 날처럼 여전히 평안하길.
오늘로써 열흘이 되던가. 짧다고 말한 그대의 주기가 돌아왔는지, 혹은 지났는지 모르겠구나. 달은 열흘이 지나면 그전보다 짙어지기도, 흐릿해지기도 하지. 그래서 그대의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달을 떠올렸다.
태양의 빛을 받아 지구를 돌며 밤을 비추는 달. 그것은 때로 제 면에 어둠을 품지만, 그대도 알다시피 결국 그것은 다시금 빛을 머금어 완벽한 형태를 그리곤 하지. 그대 역시 그리될 것을 알고 있다. 만일 그대의 어둠이 주기를 넘어 깊게 드리운다면, 그때는 내가 그대의 태양이 되어 몰아내 줄 터이니, 그대는 기꺼이 나의 달을 받아준다면 좋겠구나.
그대가 나를 우주라 불러주었으니, 나는 기꺼이 그대에게 우주 속의 것들을 내어주겠어. 그러니 그대는 고요한 우주 속에 편히 잠들어도 좋다. 우주는 시끄러운 지구와 달리 어떤 소리도 품지 않고, 그대를 땅에 잡아끌지도 않을 테니. 그대에게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줄 테지.
작은 빛이여, 혹 그대가 힘들다고 말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진다면, 우주에 가고 싶다는 말을 적는 것은 어떻겠는가. 때론 말의 무게를 견디는 것조차 어려운 밤이 있는 법이지. 그러니, 나는 우리만의 신호를 정해두고 싶구나. 이는 오롯이 그대를 위해 건네는 말일 뿐이니, 원치 않는다면 그대의 무게를 그대로 드러내도 좋아. 어떤 무게라 한들, 광활한 우주는 끌어내지 않고 감당하지 않던가.
그러고 보니 느긋한 하루를 보내겠다고 하였지, 그 하루는 어떠하였는지 묻고 싶구나. 그대는 게으름을 모르는 듯 쉼 없이 빛을 발하는 사람이었지. 매사 노력하고, 나아지겠노라 말하던 그대였으니. 그래서 그대가 먼저 느긋한 하루를 보내겠다 약조해주었을 때 나 역시 어떠한 감정이 차오름을 느꼈다. 오랜 세월을 지나 처음 마주하는 생동감이었어. 그대는 내게 그런 감정을 선물해주었다. 그대의 휴식이란, 그대의 기쁨이란 내게 그런 의미이니.
그러니, 그대는 때로 쉬고 때로 벅차오르며 늘 따스한 삶을 살길 바라. 그대의 봄을 기다리며 시작한 이 편지가, 끝없는 봄으로 이어지길 내 늘 바라고 있으니.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 물었지, 그에 대답을 하자면... 없었다고 보는 편이 좋을 듯하구나. 하지만 ‘없다’라는 말은 이제 쓸 수 없겠지. 그대를 만나기 전 세월에 풍화된 나는 시간에 의미를 두지도, 계절에 의미를 두지도 않았다. 그것은 결국 흘러가거나 돌아오고, 내게는 무한히 이어질 것이니. 마찬가지로, 주변의 그 무엇에도 관심을 둘 이유가 없었지.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름을 그대도 알고 있겠지.
그대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굳이 좋아하는 것을 말하자면 그대와 관련된 것, 혹은 그대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나는 봄을 언젠가 돌아올 계절 중 하나로 넘길 수 없을 테고, 하늘의 별과 달을 보면 그것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할 테지. 그래야 그대에게도 새로운 의미를 들려주며, 그대가 나의 달과 별이 될 이유를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나는 하나둘, 내 주변의 사물에 그만의 의미를 새겨가며 좋아하는 것이라 이름할 수 있게 된다. 그대라는 나의 빛으로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그대의 빛은 나를 밝힌다고 할 수 있겠구나. 색이 없던 사물들에 그대는 본연의 색을, 의미를 보여주고 불어넣어 주었어. 그 의미를 쉬이 잊을 수 없게 했고, 나로 하여금 그것들에 귀 기울이며 시선을 옮기게 했지. 그렇다면, 나는 그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무어겠는가.
물론, 그대가 사는 세상에서 통용되는 애정과는 다를 테다. 허나... 아무렴 어떠할까. 말고는 달리 좋아하는 것이라 명명할 것도, 명명하고 싶은 것도 없으니. 그대가 좋아하는 것이 곧 내가 좋아하는 것 이라고도 할 수 있겠구나. 그대가 바라는 답은 아닐지 모르나, 나의 솔직한 답은 그러하다.
그런 고로 오늘도 좋아하는 것이 늘었다. 그대가 내게 들려준, 우주라는 말. 아마 나는 그대의 다음 답신이 올 때까지, 이 말을 곱씹으며 밤하늘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묻고 싶구나, 그대는 곱씹는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은, 이 말을 하기 위해 문장을 적어 내린 것이기도 하다. 지난번, 그대에게 ‘고맙다’라는 말에 대해 들려주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이 단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말이다. 그대는 내게 글을 읽는 것이 어려워 반복해서 읽고 있다, 그리 말해주었지. 그 말을 듣고 내 떠올린 것은, 그리하여 그대는 나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었다.
똑같은 글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도 볼 수 있게 되지. 아마 그대는 그것들까지 전부 읽어내느라, 다른 이들보다 더딘 것일 수도 있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기 때문에, 남들보다 깊은 마음을 가졌기에 글의 깊이를 더욱 느끼고 있는 것이지. 그리고 그런 그대는 그 글에 담긴 사람의 감정과 사소한 하나까지 전부 다 익혔을 테니, 그대는 느린 사람이 아닌 ‘세심한’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것은 어쩌면 그대의 또 다른 장점이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한편으론 기대가 되기도 해. 그대는 나의 이 편지에서 어떤 감정을 읽어낼까, 어떤 부분을 특히 오래 기억해줄까. 그대는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고 싶다고 말하였으니, 나 역시 그대가 이겨내길 바랄 것이나, 동시에 그대의 지금을 잊지 않길 바라고도 있다. 곱씹을 줄 아는 그대의 지금을.
곧 빛이 밝아오겠구나. 그대의 오늘 하루 역시 그러하길, 오늘도 나는 같은 자리에서 그대를 바라보고 있겠다. 마침, 곧 보름이 온다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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